명시 정원
저기, 저 흙을 보아요 = 김시천
금종
2022. 11. 10. 08:39
저기, 저 흙을 보아요 = 김시천
저기, 저 흙을 보아요
모든 것들이 다 제 안에 있어도
한꺼번에 드러내어 다 말하지 않고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꽃송이 하나 서 있는 만큼만
그 하늘만큼만
제 안의 큰 사랑 보여줍니다
우리가 서 있는 땅
이 땅의 어디를 보아도
저마다 그만그만한 사랑의 무게로
노래 부르고 있습니다
돌아가 다시 흙이 되는 순간까지
그 노래 그치지 않습니다
진실로 나 또한 지금 그대를 향하여
한 줌 흙이 되고 있습니다
그대가 내 정원의 아름다운 꽃으로 있을 때
나는 그대 연한 뿌리 받치고 누운
한 줌 흙이고 싶습니다
-좋은 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