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정원

겨울 동양화 / 장윤우

금종 2022. 12. 10. 08:42

겨울 동양화 / 장윤우

 

화롯불 놓고

천년이

조용히 흘러간다

구하산(九霞山) 붓에서

옥(玉) 같이 구슬려 나오는

사군자(四君子)의 정에

겨울밤이 화안히 핀다

 

월전(月田)께서

이르기를

<책을 만권 (萬卷) 읽으라>

평생에 가슴속에 심고

화 륙법(畵六法)에 앞서

마음이 정(淨)해야지

심(心)과 신(身)이 갈앉고

눈시울을 서서히 들어

유연히 벽을 대하니

모두 형통하다

 

접시를 모으다 보니

별난 감이 다 든다

가루를 정하게 풀어

큰 접시 조그만 접시에 나눠 놓고

임리(淋悧) 히 번져가는 소리

귀에 솨악

듣는다

밖엔 눈이 그쳤는지

봉당 개 짖는 소리

멀고

보름을 먹은 달은

고연스레 내 외로움을 더하게 하니

에라, 오늘은 붓도 먹도 집어 치고

따끈한 정종(正宗)이나 한 잔 할까

안주로는

엊그제 끝낸

수꿩을 보지

언 듯 멀리 잉경소리 들리는 듯싶어

혼자, 실소(失笑)하다.

 

-좋은 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