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정원

세월 / 박철

금종 2022. 12. 16. 07:55

세월 / 박철

아스팔트에서 조금만 굽어 들어가도

먼저 반기는 것은 페가 한 채다

납삭한 스레트 지붕 비스듬한 지게 작대기

올망졸망 장독대가 자유롭다

잡풀은 지천으로 뻗어 있고

문고리엔 한 시대의 소란이 있다

예 살던 주인은 더 나은 집에서 옛집 생각에

코끝이 시릴 것이다

온전히 자기 몫을 다한 뒤의 기진한

집 한 채가 아름답게 산자락을 수놓는

볕 좋은 가을이다 

 

-좋은 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