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정원
겨울이 왔는데 / 장용순
금종
2023. 1. 7. 08:45
겨울이 왔는데 / 장용순
겨울이 왔는데
봄의 설렘과
여름날의 뜨거움과
가을날의 화려함을
너는 기억하고 있는지
말라버린 저수지의 바닥처럼
통장의 잔고도 말라가고
푸르던 나뭇잎 노랗게 떨어지면
쌀독에 남은 마지막 쌀을
주워 담는다
파란 하늘 바라보면
저 너머 어딘가 무지개가 있을 듯한데
시심(詩心)이 빠져버린 머리카락 사이로
잡념만이 잡초처럼 무성하게 자란다.
-좋은 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