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정원

찔레꽃을 두고 /천외자

금종 2023. 5. 29. 08:56

찔레꽃을 두고 /천외자

 

갈아 꽂을 꽃이 없을 때 정자 새는 사금파리라도 모아서 집 앞에 장식을 한다지요

꽃보다 향기 나고 사금파리보다 반짝일 나를 이 집 앞에 두고

유혹합니다

떠나지 마세요

힘내세요

팔을 뻗어 허공을 휘저은 뒤 손을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아봅니다

찔레꽃이 피었습니다

아카시아를 꽂았던 이가

그 새 찔레로 바꿔 꽂아 놓았습니다

찔레 향기가 물결처럼 출렁거려 발목을 적십니다

이 많은 꽃을 한꺼번에 꽂은 이를 불러봅니다

날마다 싱싱한 꽃으로 갈아 꽂아주시니

아침이 아직은 매혹임을 알았습니다

산 자를 위해 꽃이 피고

꽃을 위해 인간이 핍니다

지상에 꽃을 꽂아주는 그 손이 지독한 유혹임을

알았습니다

사랑이라는

정자새가 유혹합니다

찔레꽃 핀 아침이 유혹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고

떠나지 마세요

힘내세요 

 

-좋은 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