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정원

찔레꽃 / 권현형

금종 2023. 5. 30. 08:45

 

찔레꽃 / 권현형

형광 꽃신을 신기자 신발에서 나는
소리를 잡으러 연둣빛을 잡으러
아가가 걸음을 옮긴다
아직 사람이기보다는 솜사탕, 물거품, 물방울

비눗방울에 가까운 한 살 아가의 엄마가
시들어가는 찔레꽃잎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산책길 모자 속에서 운다
젖가슴에 간에 머리에 척추에 암이
스며 번진 상태로 아가를 낳았다는 서른네 살

얼굴 하얀 여자가 하얀 야구 모자 속에서
티브이 속에서 인간을 울고 극장을 운다
‘인간극장’을 운다
코가 빨갛도록 꽃을 운다 

 

-좋은 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