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정원

찔레꽃 /고현수

금종 2023. 6. 1. 08:36

 

찔레꽃 /고현수

 

찔레꽃이 피었습니다. 담장 뜰 한쪽에 찔레꽃이 피었습니다.

찔레가지마다 하얀 찔레꽃이 낮별로 피어나 봄 햇살에 반짝입니다.

설레는 손가락을 헤어 꼽아보니 십 년 만인가요.

아니 이사 온 후의 세월이니까 손바닥을 다시 펴 더 꼽아야 되지요.

해마다 가시줄기만 밀어 올리는 찔레의 심사가 괘씸스러워 전지가위를 들고 나와

싹둑싹둑 버즘머리를 만들어놓곤 했습니다.

오월 그날쯤이지요.

찔레꽃은 언제 피려나 하며 찔레를 기다리던 아내는 찔레꽃을 보러 간다며

나비가 되어 훌쩍 날아갔구요

환장하게 좋은 봄날 나는 강둑에 앉아 강물만 바라보고 있었지요.

찔레꽃이 오월에 핀다는 걸 지금 알았습니다.

가끔 슬픈 날 '찔레꽃향기는 너무 슬퍼요' 노래가사를 흥얼거리기도 했었지만

활짝 핀 찔레꽃을 바라보니 찔레꽃 기억이 먹먹하게 환해집니다.

찔레꽃잎에 코를 박고 킁킁 꽃잎을 비벼댔습니다.

그새 봄 감기가 왔나요. 찔레향기가 찡 코끝을 스쳐갑니다. 

 

-좋은 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