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문화

미술로 보는 세상

금종 2023. 6. 1. 08:39
 
 
 
 
 

미술로 보는 세상

연인과 가족, 친구 사이에서 사랑과 교감의 시작이며 애정의 확인이다.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한 사업과 정치의 영역에서도 우호와 협력을 상징하는 숙어가 '손을 잡다'다.

표정은 잘 보이지 않지만, 손을 잡은 두 사람의 모습에서 끈끈한 사랑의 온정을 그린 그림을 보자.

세탁부 오르세 미술관 소장

프랑스 회화가 유럽을 주도하던 시기, 작품이 달성한 가치보다 덜 알려진 화가, 오노레 도미에(1808~1879)가 그린 '세탁부'(1861)라는 그림이다.

당시 하층 여성의 생계유지 수단으로 가장 흔한 노동은 하루 종일 빨래하는 일이었다. 일을 마친 '엄마'는 그녀 곁을 떠나지 못했던 아이의 손을 꼭 잡은 채 역광 속에서 계단을 오르고 있다. 역광과 계단은 고된 노동의 상징 같다.

도미에의 그림에는 '엄마'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가 바라본 엄마는 한 개인이 아니라 시대의 표상이다. 산업혁명의 에움길 속에서 끝까지 가족을 지키는 영원한 '품'으로서의 엄마다.

그래서 빨래도 짐이고 아이도 짐이었겠지만, 그녀는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있다.

도미에는 삽화가, 판화가, 화가로서 권력과 부르주아 계급에 신랄한 비판을 멈추지 않은 참여 예술가였다. 국왕 루이 필리프를 풍자하는 삽화를 그려 투옥되는 것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옥고를 치르기도 했지만, 사람들에 대한 온정과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끈질기게 화폭을 담은 화가였다.

그림의 톤은 어둡지만, 색상과 붓질은 부드럽다. 체념이 아니라 '견뎌내는' 삶을 그렸다.

16세기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화가, 파올로 베로네세(1528~1588)가 그린 작품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아버지와 아들이 '접촉'하는 그림이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담은 그림에 비해 아버지에 대한 그림은 희귀할 정도인데, 베로네세가 멋지게 달성한 '아버지와 아들'(1552)이다.

아버지와 아들 우피치 미술관 소장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아버지란 대체로 먼 존재다. 다정한 칭찬보단 무뚝뚝한 훈계, 따뜻한 포옹 대신 서늘한 기침,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인사보단 모르는 체하는 뒷짐 등으로 자리매김한다.

미소를 띤 예닐곱 살의 소년이 큰 덩치에 단단한 체격을 가진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있다. 아버지의 손은 소년의 얼굴보다 크다. '든든하다'는 표현 이상을 찾기 어렵다.

소년이 웃음 짓는 이유는 '접촉'에 있다. 소년이 잡고 있는 아버지의 손은 반대 손과 달리 장갑을 벗고 있다. 손과 손의 다정한 만남 덕에 아버지와 아들이 미소를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은 숙명이다. 위로하고 의존하는 사람들이며, 칭찬하는 사람들이다.

철학자 존 듀이는 이렇게 말했다. "칭찬은 최고의 배려다. 비관적인 사람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포기하는 사람에게 삶의 희망을 안겨준다."

하지만 가족은 때론 상처가 되기도 한다. 가족 간의 상처는 어떤 상처보다 깊다. 벗어날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상처를 이기는 길은 신뢰와 사랑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기쁨만이 아니다. 슬픔과 상처와 그에 대한 위로도 사랑이다.

곁에 있는 가족에게 말을 걸며 자연스럽게 손을 잡는 시간을 가져봄이 어떨까?

 

  -이메일로 받은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