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정원

찔레꽃 향기에 쌓인 그리움 / 하영순

금종 2023. 6. 2. 08:38

찔레꽃 향기에 쌓인 그리움 / 하영순

 

모퉁이 돌아 돌아

산길 어귀

찔레꽃 향기 초여름 햇살 젖어든 오월

세상에 태어나서

탯줄 떨어진 자리

채 마르기도 전에

하얀 꽃가마 타고 가신 님

그때는

서러움도 그리움도 미처 몰랐습니다

날이 가고

달이 가고

찔레꽃 향기 가슴을 적시면

심장에서 치미는 그리움

목젖을 막아도

그립다. 말 못 하고

찔레순 꺾어 씹어 삼키며 참아온 세월

서산에 산 까치 지저귀는데

찔레꽃향기 고개를 넘어

아카시아 꽃잎으로 피리를 봅니다

그리워 그리워서

피리를 붑니다

찔레꽃 하얀 계절에! 

 

-좋은 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