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정원

찔레꽃 아버지 /김경애

금종 2023. 6. 3. 08:38

찔레꽃 아버지 /김경애

 

느그 아부지는 학교 댕길 때

공부는 잘했다는디

할 줄 아는 것이 암껏도 없시야

마늘, 양파 밭에 농약 치면서

줄도 제대로 못 잡는다고 화가 난 엄마

딸딸거리는 경운기 몰고 가면서

경운기 시동도 못 거는 양반이라고 흉을 본다

마늘 뽑다가 <동물의 왕국> 본다며

찔레꽃 한 아름 꺾어들고

집으로 들어가시는 아버지

내 원수, 사자, 속창시 없는 인간이라고

엄마는 오후 햇살에 대고 말을 한다

한동안 찔레꽃 향기 가득한 방안

무담시 순해지는 성명자 씨 

 

-좋은 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