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정원

+ 6월 기집애 / 나태주

금종 2023. 6. 19. 08:49

 

 

+ 6월 기집애 / 나태주

 

너는 지금쯤

어느 골목 어느 낯선 지붕 밑에

서서 울고 있느냐

세상은 또다시 6월이 와서

감꽃이 피고 쥐똥나무 흰꽃이 일어 벌을 꼬이는데

 

감나무 새 잎새에

6월 비단햇빛이 흐르고

길섶의 양달개비 파란 혼불꽃은

무더기 무더기로 피어나는데

 

너는 지금쯤

어느 하늘 어느 강물을

혼자 건너가며 울고 있느냐

 

내가 조금만 더 잘해주었던들

너는 그리 쉬이 내 곁을 떠나지 않았을 텐데

내가 가진 것을 조금만 더 나누어주었던들

너는 내 곁에서 더 오래 숨 쉬고 있었을 텐데

 

온다간다 말도 없이 떠나간 아이야

울면서 울면서 쑥굴헝의 고개고개를

넘어만 가고 있는 쬐꼬만 이 6월 기집애야

돌아오려무나 돌아오려무나

 

감꽃이 다 떨어지기 전에

쥐똥나무 흰꽃이 다 지기 전에

돌아오려무나 돌아와

양달개비 파란 혼불꽃 옆에서

우리도 양달개비 파란 꽃 되어

두 손을 마주 잡자꾸나

다시는 나뉘어지지 말자꾸나 

 

-좋은 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