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정원

울산바위 / 나희덕

금종 2023. 7. 1. 09:00

 

울산바위 / 나희덕

그 좋다던 설악 단풍 앞에서도

너는 붉은 눈물 흘린다.

경상도땅을 떠나 금강산 가는 길에

여기 설악에 그치고 말았으니

눈앞에 흐르는 해금강에

네 눈물이 녹아 흐르는구나.

산이 깊을수록 단풍은 붉고,

세월은 오래일수록 아픔이 선명해지니

울산바위야, 눈앞에 두고도 못 가는 것이

어찌 너뿐이겠느냐.

녹슨 철로에 묶인 늙은 철마처럼

아버지는 오늘도 임진각에 가셨다 돌아오는데

네가 박힌 뿌리는 얼마나 깊은지,

이제 그 거대한 뿌리를 들어

오래 침묵하던 길을 떠나야지 않느냐. 

 

-좋은 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