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정원

바위의 혀 / 손택수

금종 2023. 7. 3. 08:41

바위의 혀 / 손택수

너는 예민한 덩어리다

바람이 스칠 때 네 살갗 위로 돋는 소름을 나는 알고 있다

네 속에서 한 시절을 나 본 소나무들

뻗쳐오른 가지 끝 바늘잎은

너의 신경선이다.

대지 깊숙이 뿌리를 묻고 귀를 쫑긋거리는

네 안으로 사라진 별자리가 흐른다

헤기 저문 뒤에도 그 체온 간직하고 있는

네 안의 지평선과 수평선이 너를

꿈틀거리게 한다.

부처도 되었다가 구르고 굴러 어느 시장 귀퉁이

바람에 들썩이는 파라솔

날아가지 않게 끙 묶어주기도 하다가

전생도 후생도 다 잊어버린 채

모래알을 산란하는

바위가 흐른다.

꿈쩍도 않은 채 천리 밖을 걷는다

꾸욱 다문 입속에서 흘러나오는 말들,

어쩌면 나는 너로부터 떨어져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내 안에서도 돌이 굴러다닌다.

결석과 치석이 서걱거린다.

안으로 균열이 가는 소리를 따라 쭈뼛

내 혀에도 바늘이 돋는다. 

 

-좋은 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