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정원
장마철에는/ 이영권
금종
2023. 7. 9. 08:40
장마철에는/ 이영권
이 넓은 세상도
그 큰 덩치답지 않게
한 열흘 밤낮 만사 제쳐두고
엉엉 울고 싶은 때가 있다
뭐라 할 거 없이
그동안 맺혔던 한이
설움 되어 복받쳐 올라
세상의 오장육부를 화악
뒤집어 놓을 때가 있다
울어라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 한다
서슬 푸르게 독기도 품어보고
세상을 흔드는 소리로도 울어봐야 한다
울다가 힘들면
쉬었다 또 울어라
고인 슬픔 막힌 설움 가득한 그리움
쫙쫙 국수 면발 뽑듯
뽑아내며 울어야 한다
울고 싶을 때는 울고 또 울어야
온몸 다 적시며 흘러
도랑물이 시냇물이 되고
시냇물이 강물이 되어
네 하늘 검은 구름도 마침내 걷히고
하늘 같은 바다를 맞이하리라
-좋은 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