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정원

겨울 동화 /임우성

금종 2022. 11. 28. 08:41

겨울 동화 /임우성

매일 아침 다섯 시부터 보여주는
오래전 방영했었던 은서와 준서 이야기 가을동화
아침마다 이게 먼 짓이다냐, 보지 말자
여우가 눈물을 닦으며 번번이 한 말이었다.
그래도 다음날 같은 시간이 되면
우리는 첨부터 끝까지 보며 같이 울었다.
그렇게 가을동화 최종회를 다 보고
마주 보고 웃으며 눈물을 닦아주고
아직 첫눈도 내리지 않았지만
겨울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12월은 중순을 넘기고 있었다.

너의 죄를 사하노라.
그 말을 자주 떠올리게 되었다.
너희 중 죄 없는 자 돌로 치라.
어린이 예배시간 그 성경 구절을 처음 들었을 때
가슴 덜컥 내려앉을 만큼 잊고 있었던
만득이 구슬 세 개
소리 나지 않게 주머니에 따로따로 넣어 와
고향집 뒤뜰에 묻어 두고
탐이 나 훔쳐 오긴 했지만
언제 만득이가 나타날지 몰라 갖고 놀지도 못했던
묻어 둔 채로 시간이 흘러 잊어버렸었던
그 절도죄 뒤로
얼마나 많은 허물을 쌓으며 지금에 이르렀는가.
너의 죄를 사하노라.

사함을 받기엔 내 죄가 너무 크고 많지 않나
죄에 비하면
내게 부여된 삶이 훨씬 과분하고 고맙지 않나
그런 생각 자주 하며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겨울이었다.

 

-좋은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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