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가 1/이해인
눈보라 속에서 기침하는
벙어리 겨울나무처럼
그대를 사랑하리라
밖으로는 눈꽃을
안으로는 뜨거운 지혜의 꽃 피우며
기다림의 긴 추위를 이겨 내리라
비록 어느 날
눈사태에 쓰러져
하얀 피 흘리는
무명(無名)의 순교자가 될지라도
후회 없는 사랑의 아픔
연약한 나의 두 팔로
힘껏 받아 안으리라
모든 잎새의 무게를 내려놓고
하얀 뼈 마디마디 봄을 키우는
겨울나무여
나도 언젠가는
끝없는 그리움의 무게를
땅 위에 내려놓고 떠나리라
노래하며 노래하며
순백(純白)의 눈사람으로
그대가 나를 기다리는
순백의 나라로
-좋은 시 중에서-
'명시 정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 그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 한용운 (0) | 2023.01.03 |
---|---|
풀꽃 / 엄기원 (0) | 2023.01.02 |
내가 좋아하는 사람 / 나태주 (0) | 2022.12.31 |
가을비/신경림 (0) | 2022.12.30 |
길이 막혀/한용운 (0) | 2022.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