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길에서/이해인
추억의 껍질 흩어진 겨울 산길에
촘촘히 들어앉은 은빛 바람이
피리 불고 있었네
새 소리 묻은 솔잎 향기 사이로
수없이 듣고 싶은 그대의 음성
얼굴은 아직 보이지 않았네
시린 두 손으로 햇볕을 끌어내려
새 봄의 속옷을 짜는
겨울의 지혜
찢어진 나목(裸木)의 가슴 한켠을
살짝 엿보다
무심코 잃어버린
오래 전의 나를 찾았네
-좋은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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