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정원

감나무 있는 동네/이오덕

금종 2023. 5. 11. 08:41

감나무 있는 동네/이오덕​

어머니,

오월이 왔어요

집마다 감나무 서 있는

고향 같은 동네에서

살아갑시다

연둣빛 잎사귀

눈부신 뜰마다

햇빛이 샘물처럼

고여 넘치면

철쭉꽃 지는 언덕

진종일 뻐꾸기 소리

들려오고

마을 한쪽 조그만 초가

먼 하늘 바라뵈는 우리 집

뜰에 앉아

어디서 풍겨 오는

찔레꽃 향기 마시며

어머니는 나물을 다듬고

나는 앞밭에서 김을 매다가

돌아와 흰 염소의 젖을

짜겠습니다

그러면 다시

짙푸른 그늘에서 땀을 닦고

싱싱한 열매를 쳐다보며 살아갈

세월이 우리를 기다리고,

가지마다 주홍빛으로 물든 감들이

들려줄 먼 날의 이야기와

단풍 든 잎을 주우며, 그 아름다운 잎을 주우며

불러야 할 노래가 저 푸른 하늘에

남아 있을 것을

어머니, 아직은 잊어버려도 즐겁습니다

오월이 왔어요

집마다 감나무 서 있는

고향 같은 동네에서

살아갑시다, 어머니! 

 

-좋은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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