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남들과 다투거나 화가 나는 일이 생기면 자기 집 정원을 하염없이 돌았습니다.
이 특이한 행동을 몇 번이고 반복하니 남자가 집 정원을 돌고 있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저 남자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남자에게 화가 나면 왜 자신의 집 정원을 도는 건지 여러 번 물어보았지만 남자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남자는 부자가 되고 노인이 되었지만, 예전처럼 남자는 화가 나는 일이 생기면 똑같이 정원을 돌았습니다.
이제는 남자의 집도 정원도 넓어졌고 몸이 불편한 노인이 되었기에 한 바퀴 도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었지만, 화가 나는 일이 있을 때면 여전히 집 주위를 돌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남자의 손주가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아주 오래전부터 화나는 일이 생기면 집 정원을 돌았다고 하는데 왜 그러시는 거예요?"
그러자 아무에게도 대답하지 않던 남자가 손자에게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젊었을 때 남들과 다투거나 화가 나면 내 집 정원을 돌면서 '내 집이 이렇게 작은데 남한테 화내고 싸울 시간이 어디 있나?'라고 생각하면 화가 가라앉고 다시 일하는 데 힘을 쓸 수 있었지. 그리고 지금은 '내 집이 이렇게 넓어 마음에 여유가 있는데, 왜 남들하고 싸우며 살아야 해?'라고 생각하면 바로 마음이 홀가분해지기 때문에 계속 집 주변을 돌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