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정원

● 초혼(招魂)-소월 ●

금종 2022. 10. 15. 08:47

● 초혼(招魂)-소월 ●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지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가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채로 이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좋은 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