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런 도둑 = 김현태
감쪽같이
내 깊은 곳에
작은 꽃씨 하나 던져놓고
그대는 멀어져 갔습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해와 달이 뒤바뀜에 따라
어느새 그 꽃씨 톡
볼가진 심줄처럼 이리저리
가지를 뻗치기 시작했습니다
가까이 있어야 만이
함께 있어야 만이
사랑이 이루어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봅니다
더 멀어질수록
더 보이지 않을수록
한없이 가깝게 느껴진다는 걸
그리하여 한 사람의 삶 전체를
송두리째 도둑질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좋은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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