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정원

+ 내 작은 어깨로/전병호

금종 2023. 1. 24. 08:44

+ 내 작은 어깨로/전병호

우리 동네 기타 공장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 아저씨가
두리번거리다가
내 옆 빈자리에 와 앉았다.

얼마 전 기계에
손가락이 잘렸다는 그 아저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옷자락에 손을 감추고

몹시 피곤한지
눈을 감더니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뜨거운 눈물과 함께 우리나라 땅에 묻었을
새끼손가락 마디.

아저씨는 지금
바다 건너 먼 고향집을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는지도 몰라.

내 작은 어깨로
아저씨의 잠든 얼굴을
가만히 받쳐 주었다.

 

-좋은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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