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소리/신경림
간밤에 얇은 싸락눈이 내렸다
전깃줄에 걸린 차고 흰 바람
교회당 지붕 위에 맑은 구름
어디선가 멀리서 까치 소리
싸락눈을 밟고 골목을 걷는다
큰길을 건너 산동네에 오른다
습기 찬 판장 소란스러운 문소리
가난은 좀체 벗어지지 않고
산다는 일의 고통스러운 몸부림
몸부림 속에서 따뜻한 손들
뜰 판에 팽개쳐진 이웃들을 생각한다
지금쯤 그들도 까치 소리를 들을까
소나무숲 잡목숲의 철 이른 봄바람
학교 마당 장터 골목 아직 매운 눈바람
싸락눈을 밟고 산길을 걷는다
철조망 팻말 위에 산뜻한 햇살
봄이 온다고 봄이 온다고
어디선가 멀리서 까치 소리
-좋은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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