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나무 아래로 가다 / 최을원
그곳에 목련나무 한 그루 서 있었네
노래의 잔뼈들만 떨어져 쌓이고
우연처럼 바람이 불면
녹슨 목련꽃잎보다 더 빨리 지고 싶었네
노을 속으로 도시가 서둘러 가면
지친 노래가 터덜터덜 고샅길 내려갔었네
그런 날 밤마다, 하숙집 낮은 창을
밤새 두드리던 그 목련나무,
대책 없는 젊음이 파지로 싸이고 나서야 잠들던 새벽녘
꿈은 폐비닐처럼 찢겨 담벼락에 꽂힌
병 조각 끝에서 펄럭거렸네
지금도 우두커니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화라락, 화라락, 꽃잎 지는 소리 들리네
떨어진 자리마다 붉은 녹물이 배이네
몇 개의 낯익은 거리들이 순례자처럼 찾아오면
오래된 노래가 주섬주섬 대문을, 또 나서네
-좋은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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