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가 있는 새벽 /이건청
저 새를 따라가면
아버지를 보리라.
해 저물어 잎도 가지도 지워진
참나무 숲을 지나고,
불 꺼진 절간을 스쳐갈 때쯤
풍경 소리에 섞여 내리는
눈발도 보리라.
늦은 아버지 음성이
장지문을 건너와
늦도록 꿈결을 스치다 잦아들면
어린 날의 꿈자락엔 산수유 노란 꽃이
무리 져 피어나곤 했었다.
……이제, 귀도 눈도 어두워진
이순의 아들이
불면의 밤을 지내고 아침
창을 열면
산수유 늙은 가지가
말라붙은 산수유 열매들을
매달고 있는 게 보인다.
-좋은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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