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정원

산수유 /강우식

금종 2023. 4. 15. 08:49

 

 

산수유 /강우식

 

고사목이 다된 산수유가 어디서 물이 올랐나

봄의 온 기별은 용케도 귀신처럼 잘 알아서

(살아온 세월이 있으니까)

꽃 피고 열매 맺고 새잎도 돋았다.

늙었어도 할 짓은 다했다.

주책 망령이라고 누가 혀를 차랴.

산수유야 늬가 봐도 늬가 예쁘고 기특하냐.

그래서 몸 가득 꽃으로 치장하고 열매를 달았느냐.

늙은 내가 있는 그대로 너를 보아도

이 봄이 너에게는 마지막으로

꽃을 다는 봄이더라도

죽을 때까지 너무나 곱게 늙어서 고맙구나. 

 

-좋은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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