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정원

하얀 찔레꽃 /이윤학

금종 2023. 5. 26. 08:37

하얀 찔레꽃 /이윤학

 

함 씨는 돼지우리에서 나와 고무장갑을 뒤집어 벗는다.

고무장갑과 모자를 바닥에 집어던진다.

짓눌린 머리 구석구석

비듬을 긁어내기 시작한다. 저러다

껍데기 벗겨지는 거 아녀.

참 그릇 이고 오는 아낙네 함 씨를 흉보는

아낙네똥 냄새 경계에 들어 코를 싸맨다.

모자를 집어든 함씨

바짓가랑이와

남방을 털어낸다.

찔레넝쿨로 다가가

숨을 들이쉰다.

거긴, 돼지똥 냄새 안 나나 봐유.

대체, 돼지똥 냄새가 뭐간 디유. 

 

-좋은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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