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신화 /안현심
안개를 딛고 춤을 추다가
산적에게 보쌈당해 오두막에 갇힌 여인,
사내는 밤 도둑질이 시원찮은 날이면
막무가내로 분풀이를 해댔지
술에 흠씬 젖어
사냥총을 겨눈 봄밤,
여인은 맨몸으로 도망쳐 나와
가시덤불 그늘에서 까무러치고 말았지
시꺼먼 총구와
울울한 산의 공포에 눌려
영영 눈뜨지 못한 자리,
찔레꽃이 피어났지
육십령 고개를 넘을 때마다
가시덤불 속에서 눈물방울 반짝이는 너
내 몸 비탈에서도
무더기무더기 찔레꽃이 피어났지
-좋은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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