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우체국을 지나며 / 藝香 도지현
내가 너무 멀리 왔을까
세월이 너무 빨랐을까
하얀 계절 속에
어느새 하얀 머리가 휘날린다
발갛게 달은 난로 위
주전자에선 하얀 김이 나고
손으로 감싼 커피잔에서는
수많은 활자가 솔솔 날아오르는데
문득 안부가 궁금해지는 사람
편지는 아니라도
엽서 한 장쯤 전해주면……
가슴이 저리며 원망스럽기도 한대
그해 겨울 르네상스풍의 지붕에
눈이 만들어준 모자를 쓴
우체국을 지나며 우스꽝스러워 웃던
우리가 영화의 한 신으로 떠오르는데
-좋은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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