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동양화 / 장윤우
화롯불 놓고
천년이
조용히 흘러간다
구하산(九霞山) 붓에서
옥(玉) 같이 구슬려 나오는
사군자(四君子)의 정에
겨울밤이 화안히 핀다
월전(月田)께서
이르기를
<책을 만권 (萬卷) 읽으라>
평생에 가슴속에 심고
화 륙법(畵六法)에 앞서
마음이 정(淨)해야지
심(心)과 신(身)이 갈앉고
눈시울을 서서히 들어
유연히 벽을 대하니
모두 형통하다
접시를 모으다 보니
별난 감이 다 든다
가루를 정하게 풀어
큰 접시 조그만 접시에 나눠 놓고
임리(淋悧)히 번져가는 소리
귀에 솨악
듣는다
밖엔 눈이 그쳤는지
봉당개 짖는 소리
멀고
보름을 먹은 달은
공연스레 내 외로움을 더하게 하니
에라, 오늘은 붓도 먹도 집어 치고
따끈한 정종(正宗)이나 한 잔 할까
안주로는
엊그제 끝낸
수꿩을 보지
언듯 멀리 잉경소리 들리는 듯싶어
혼자, 실소(失笑)하다.
-좋은 시 중에서-
'명시 정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려하고 나누면 풍요인데/김옥춘 (0) | 2023.01.19 |
---|---|
겨울 아침에 까꿍 설경 인사/김옥춘 (0) | 2023.01.18 |
올 겨울엔 / 김덕성 (0) | 2023.01.16 |
겨울 연가 / 김동기 (0) | 2023.01.15 |
겨울 우체국을 지나며 / 藝香 도지현 (0) | 2023.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