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정원

산수유국에 들다 /문성해

금종 2023. 4. 9. 08:37

 

산수유국에 들다 /문성해

그곳 서방정토의 삼월에는

꽃 이름을 앞 세운 국가들이 나뭇가지마다 열린다네

단 하나의 시조설화도 없이

산수유국 목련국 진달래국 매화국이

가난한 가지마다 봉긋봉긋 솟아오른다네

향기가 없으면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는 나라

향기로운 코 하나로 누구나 백성이 되는 나라

스스로 치장하고 목청 높여 백성들을 부르는 나라

하늘 아래 이보다 더 아름답고 곡진한 국가는 없을 터

그곳 서방정토의 삼월에는

백성을 호객하며 핵폭발로 태어나는 국가들이 있다네

거창한 국민헌장도 영토도 없는 나라

일체의 세금도 의무도 지우지 않는 나라

알 수 없는 곳에서 아기가 오듯 흥성스러운 날에

코에 담뿍 꽃분을 묻힌 백성들의 붕붕거리리는 한때*가 지나면

알 수 없는 곳으로 늙은이가 져내리듯

캄캄하게 져버리는 나라들이 있다네

그건 한순간의 일이라서

단 한 명의 열혈 백성도 따라갈 수 없다네 

 

-좋은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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