夫婦바위 / 박재삼
남해안 어디쯤이던가
부부바위가 마주 보며
살아오고 있었다.
어느 핸가는
아내바위가 얼굴에 가득
진달래를 피우더니
곁들여 부끄러움도 타면서 어느새
저쪽 건너의 다른 숫바위에 대하여
눈짓을 주고 고개를 돌리는 것 같더니,
그래서 남편바위가
제발 그러지 말라고
달래는 것 같더니,
(이럴 때도 그 부부바위가
내 마음엔 예쁘게 비쳐 왔다)
상당한 세월이 지나자
이제는 그런 일이 없었던 듯
조용히 다시 마주 보며
주름진 얼굴로 살아오고 있다.
(이럴 때도 그 부부바위는
역시 내 마음엔 아름답게 비쳐 왔다)
-좋은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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