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정원

겨울 우체국을 지나며 /藝 香 도지현

금종 2022. 12. 7. 09:08

 

겨울 우체국을 지나며 /藝 香 도지현

 

내가 너무 멀리 왔을까

세월이 너무 빨랐을까

하얀 계절 속에

어느새 하얀 머리가 휘날린다

 

발갛게 달은 난로 위

주전자에선 하얀 김이 나고

손으로 감싼 커피잔에서는

수많은 활자가 솔솔 날아오르는데

 

문득 안부가 궁금해지는 사람

편지는 아니라도

엽서 한 장쯤 전해주면……

가슴이 저리며 원망스럽기도 한대

 

그해 겨울 르네상스풍의 지붕에

눈이 만들어준 모자를 쓴

우체국을 지나며 우스꽝스러워 웃던

우리가 영화의 한 신으로 떠오르는데 

 

-좋은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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