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정원

세월 / 류시화

금종 2022. 12. 15. 08:44

세월 / 류시화

강물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네

저물녘 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홀로 앉아 있을 때

강물이 소리 내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네

그대를 만나 내 몸을 바치면서

나는 강물보다 더 크게 울었네

강물은 저를 바다에 잃어 버리는 슬픔에 울고

나는 그대를 잃어 버리는 슬픔에 울었네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먼저 가 보았네

저물녘 강이 바다와 만나는 그 서러운 울음을 나는 보았네

배들도 눈물 어린 등불을 켜고

차마 갈대숲을 빠르게 떠나지 못했네 

 

-좋은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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