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 고재종
그러니까, 오뉴월 진초록 속을 뚫고
선홍 선홍 선홍빛 석류꽃 피는 일이
저토록 산뜻하고 해맑아서
새들도 꽃가지에서 꽃잎 따물고
저리 우수수 날아오른다면.
그러니까, 그 꽃그늘 새울음 아래
우리 가슴속 꽃 밝히고 새 날리며
우리 서로 얼굴 맞볼 때
네 맑은 눈동자 속에 내 얼굴 잦아들고
내 짙은 눈동자 속에 네 얼굴 젖어든다면.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윽고는
저기 청산이며 나무들이며 풀꽃들이며
대책없이 흔들어대는 쑥꾹새 울음에
뚜욱 뚜욱 뚜욱 석류꽃마저 지는 일이
단 하루라도 단 한시라도 늦춰만 진다면.
-좋은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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