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정원

세월이 가면 / 박인환

금종 2022. 12. 22. 08:49

세월이 가면 /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좋은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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