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정원

都心에서 핀 산수유 /김승기

금종 2023. 4. 11. 08:36

都心에서 핀 산수유 /김승기

 

버짐 먹은 겨울의

각질이 비듬으로 부서지는 봄날

교차로의 사거리 화단 모퉁이에서

산수유 피다

철쭉은 아직 삭정이로 잠들어 있고

소나무와 진달래는 언제 꿈에서 보았던가

기억이 아득하다

그릇된 인간의 욕심으로

매연이 숨을 막는 아스팔트 길

회색 콘크리트 빌딩 숲에서

잎보다 꽃을 먼저 피워야 하는 몸

도화지에 그려진 노란색 크레용 밑그림처럼

초라하다

남들 시선 아랑곳없이

꽃 피우는 일밖에 모르는 미련

나를 닮은 건 아닐까

눈으로 들어온 순간

꽃잎마다 바늘침 되어 온몸을 찔러대더니

그날 밤 열병을 앓아야 했다

꽃 지고 잎 틔울 때까지 봄날을 내내

몸살을 앓아야 했다

샛노란 꽃으로 피어나 파란 열매 

 

-좋은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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