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정원

목련사원·1 / 조정인

금종 2023. 4. 10. 08:42


목련사원·1 / 조정인


저 꽃그늘로 가면 백발이 성성하리라

이내 하얀 운구가 나가리라


목련 필 때면 연립주택 3층에 사는 나는,

앞집 또는 그 너머, 먼발치 안마당에 들인

목련 흰 탑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저절로

성지를 향해 등뼈를 곧추세우는 목련 교도 가 된다


다 이루었다,*

허공중에 아른아른 드러나는 빠스카**의 늑골,

해마다 백향목에 못 박히러 오는 한 사나이처럼

꽃들이 제 옛 주소지에 당도한다


들끓는 지열로부터 길어 올린 빛의 金屬이

가지 끝에 이르러 차갑게 제련된다 극한의

흰, 종으로 빚어진다


다 이루었다,

바람이 일자 꽃과 꽃의 간극이 간절해지며

소리의 사금이 희미하게 번져간다…

나무는 제 죽음의 목전에서 한 번 환하다

나무가 전신으로 조종을 운다 백향목 위의

사나이가 예정된 날들을 울고 간다

 


* 다 이루었다: 요한복음 19장 30절―

예수께서는 신 포도주를 맛보신 다음

“이제 다 이루었다.” 하시고 고개를

떨어뜨리시며 숨을 거두었다. 

 

-좋은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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