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사원·1 / 조정인
저 꽃그늘로 가면 백발이 성성하리라
이내 하얀 운구가 나가리라
목련 필 때면 연립주택 3층에 사는 나는,
앞집 또는 그 너머, 먼발치 안마당에 들인
목련 흰 탑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저절로
성지를 향해 등뼈를 곧추세우는 목련 교도 가 된다
다 이루었다,*
허공중에 아른아른 드러나는 빠스카**의 늑골,
해마다 백향목에 못 박히러 오는 한 사나이처럼
꽃들이 제 옛 주소지에 당도한다
들끓는 지열로부터 길어 올린 빛의 金屬이
가지 끝에 이르러 차갑게 제련된다 극한의
흰, 종으로 빚어진다
다 이루었다,
바람이 일자 꽃과 꽃의 간극이 간절해지며
소리의 사금이 희미하게 번져간다…
나무는 제 죽음의 목전에서 한 번 환하다
나무가 전신으로 조종을 운다 백향목 위의
사나이가 예정된 날들을 울고 간다
* 다 이루었다: 요한복음 19장 30절―
예수께서는 신 포도주를 맛보신 다음
“이제 다 이루었다.” 하시고 고개를
떨어뜨리시며 숨을 거두었다.
-좋은 시 중에서-
'명시 정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련 그늘 아래서는 / 조정인 (0) | 2023.04.12 |
---|---|
都心에서 핀 산수유 /김승기 (0) | 2023.04.11 |
산수유국에 들다 /문성해 (0) | 2023.04.09 |
고백/이해인 (0) | 2023.04.08 |
산수유가 있는 새벽 /이건청 (0) | 2023.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