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정원

구부러진 길 / 이준관 

금종 2023. 6. 25. 08:30

구부러진 길 /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좋은 시 중에서-

'명시 정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위 / 문태준  (0) 2023.06.27
💓사랑의 길 위에서/이해인  (0) 2023.06.26
한 번 왔다 가는 인생길 / 이채  (0) 2023.06.24
길 위에서의 생각/류시화  (0) 2023.06.23
여름 밤 - 유금 -  (0) 2023.06.22